질문 : 저는 시화공단에 있는 회사에 다니던 중 같은 회사 함바 식당에 근무하는 A씨를 알게 되었습니다. A씨는 2012년 1월경 제게 “우리 남편이 식당을 개업하는데 1,000만원이 필요하다, 한 달 뒤에 100만원을 이자로 쳐서 1,100만원을 갚겠다”며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저는 한 달 뒤에 이자까지 준다는 A씨의 말에 귀가 솔깃하여 보험 약관대출까지 받아서 어렵게 1,000만원을 마련하여 A씨에게 빌려 주었습니다. A씨는 정확히 한 달 뒤에 1,100만원을 갚았습니다. A씨는 얼마 뒤 다시 제게 “우리 아들이 신혼집을 장만해야 되는데 2,000만원이 필요하다, 이자는 섭섭하지 않게 주겠다”며 저로부터 2,000만원을 빌려갔습니다. 그 후에도 A씨는 “우리 남편이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비가 필요하다”, “생활비가 필요하다”, “지금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집 전세보증금을 올려 주어야 한다”는 등 각종 명목으로 저로부터 돈을 빌려갔습니다. 그런데 2014년 말경부터 A씨는 갑자기 제 연락도 안 받고 잠적하고 말았고, 그 때까지 A씨가 저한테 빌려갔으나 갚지 못한 돈은 현재까지 총 6,000만원입니다. 최근 확인한 바로는 A씨 명의로 된 재산은 전혀 없지만, A씨의 남편 명의로 아파트 1채가 있다고 합니다. 제가 재산이 있는 A씨의 남편으로부터 6,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답변 : 귀하는 A씨에게 돈을 빌려주었으므로 금전소비대차계약의 당사자는 A씨입니다. 우리 민법은 부부별산제 원칙을 채택하고 있으므로 A씨의 재산과 그녀의 남편의 재산은 법적으로 전혀 별개입니다. 따라서 귀하는 원칙적으로 계약 당사자인 A씨를 상대로 6천만원의 대여금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뿐 A씨의 남편을 상대로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민법 제832조는 “부부의 일방이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제삼자와 법률행위를 한 때에는 다른 일방은 이로 인한 채무에 대하여 연대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A씨가 귀하로부터 빌려간 돈으로 남편과 함께 가사와 관련된 용도로 사용하였음을 입증할 수 있다면 귀하는 A씨의 남편을 상대로 대여금 중 일상가사채무에 해당하는 금원에 대하여는 A씨와 연대하여 변제할 것을 청구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금전차용행위도 금액, 차용 목적, 실제의 지출용도, 기타의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것이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아파트 구입비용 명목으로 차용한 경우 그와 같은 비용의 지출이 부부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주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면 일상가사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따라서 귀하는 A씨가 귀하로부터 빌려간 돈으로 생활비, 주택 구입비, 남편의 병원 치료비 등 부부 공동생활 유지에 필수적인 비용으로 사용하였음을 입증하여야만 A씨의 남편을 상대로 6천만원 중 일상가사채무에 해당하는 금원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소송실무상 금전차용행위가 일상가사에 속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